오늘 사촌누나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항상 그렇듯 결혼식이라는 것은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진 않는다
결혼이란 것은 굉장히 좋은 것이고, 축복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이 '결혼식'이라는 것은 나에게 그저 허영과 욕심의 산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러 가서 눈 앞에선 '축하해'라고 말하지만 멍하니 앉아서 식은 본체만체 핸드폰만 보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우르르 밥을 먹으러 가면 신랑 신부는 페백을 마치고 식당으로 와서 와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렇게 식이 보통 끝나게 된다.
결혼식에 가는 동안 아빠와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아버지도 가볍고 간소한 결혼식을 원하시지만 내가 생각하는 부분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사실 현대화가 되고, 핵가족화가 되면서 가까이 살지 않으면 사촌, 친척들과의 사이는 많이 멀어지게 되었고, 각자 살아가기가 힘든 시기이다 보니 서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만나서 할 수 있는 말은 '몇살이니?' '대학은 갔니?' '취업은 했고?' '결혼해야지?' 같은 오지랖 뿐이다. 그러다 보니 그 질문들이 불편한 젊은 세대는 친척들을 기피하게 되고, 명절이 되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항상 명절에 큰집에 갈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조카들은 누가 오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말그대로 Out of 안중이다. 사실 걔들에게 뭘 바라는 것이 아니고 단지 적어도 할아버지뻘 되는 친척분들이 오시면 당연히 나와서 인사라도 똑바로 했으면 하는 것인데 형수가 불러서 시키지 않으면 그저 방에서 TV 삼매경에 빠져있을 뿐이다.
난 항상 아버지가 '최소한의 것들은 해야 한다'면서 고3이든, 재수를 하는 시기이든, 아프든 명절엔 항상 할머니댁에 찾아가 뵈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셨다. 사실 친가쪽 친척들과는 왕래도 별로 없고, 정도 없다. 예전엔 할머니도 우릴 그다지 신경쓰시진 않아서 별 생각이 없었지만, 나도 할머니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래도 우리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고, 적어도 할머니껜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긴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시간이 많이 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아마도 친가쪽 친척들과의 연락은 더 이상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은다.
그러다 보니 난 굳이 내가 결혼을 할때 우리 할머니빼고는 딱히 초대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난 단지 내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내 결혼식을 함께 즐겨줄 사람들만 왔으면 좋겠다. 이 한마디를 위해 쓸데없이 많은 말들을 하게 되었다.
인사치례를 위한 초대와 그 초대에 응하는 것이 굳이 필요할까? 누굴 위한 초대이며, 누굴 위한 방문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난 나와 내 그녀를 위한 초대이고, 우리를 위한 방문이였다면 한다. 그외 다른 이들을 위한 초대와 방문이 아닌...
이런 부분들은 결혼이라는 부분이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부분은 한국이나, 외국이나 비슷한 것 같다.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분.....
난 단지 부모님들이 그저 그들의 자녀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저 그들의 미래를 응원만 해줬으면 좋겠다.
그들이 어떤 형태의 결혼식을 하던, 식을 하지 않고 혼인신고만 하고 살던, 동거부터 시작을 하던....
난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난 항상 나의 행복이 취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이겠지만, 내 스스로 만족하고 납득하는 것 그것이 더 최우선이지 않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이란 부분에 대해서 나만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언젠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남들처럼 그냥 2시간마다 신랑신부를 찍어내는 웨딩홀이란 공장에서 나의 그녀와 결혼이란 의식을 치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Graham Moore가 Academy Award에서 한말이 떠오른다.
Stay Weird, Stay Different
그리고 Marilyn Monroe는 "When it comes down to it, I let them think what they want. If they care enough to bother with what I do, them I'm already better than them (저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생각하게 그냥 놔둬요. 그들이 내 행동에 신경을 쓴다면 이미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의미잖아요" 이란 말...
우리는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엄청난 감정소비를 하고 있다. 나 역시 부분적으로 그런 부분이 많지만, 내가 이상하게, 다르게 존재하는 것, 그들이 그것에 대해서 신경쓰다면 나는 그들이 원하지만 못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온전히 그 시선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 두 사람의 얘기는 나에게 항상 끊임없이 너의 길을 가라고 말해줄 것같다.
결혼이란 얘기로 시작했지만 오늘도 역시 삼천포로 빠지게 되었다.
사실 Graham Moore와 Marilyn Monroe의 얘기를 가장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결혼한 사촌누나가 그냥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마치는게 가장 맞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