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주변시선에 대한 의심이 굉장히 심했던 적이 있었다. 만약 내 뒤에 앉은 애들이 쑥덕쑥덕거리면서 웃고 있으면 괜히 내 얘기를 하는 것 같고, 뭔가 되게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그 당시 스스로 좀 주눅든 부분도 있고, 반 아이들과 그다지 좋은 관계들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던것일수도 있을것 같다. 그리고 혼자 새로운 곳을 가거나, 나 혼자 밥을 먹거나 그런 상황에서 주변의 시선을 굉장히 신경쓰고 누가 어떤 얘기하는 소리만 들어도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하지만 오랜 연애에 마침표를 찍고 혼자가 된 후 하나 둘씩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혼자 콘서트가기, 혼자 여행가기, 혼자 밥먹기, 혼자 영화보기등 하나씩 하나씩 도전하고 나중에든 생각은 "정말 주변에선 나란 존재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구나"였다. 나란 사람 자체가 주변을 많이 보는 사람이다. 만약 길거리를 걸을경우 난 거의 모든 행인들을 본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걸을때 웃긴 옷,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방금 그 사람 웃겼지?라고 물으면 그 당사자들은 그런 사람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렇게 사람들을 많이 보는 성격의 사람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 역시 나를 보고 있고, 의식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 사람들을 신경쓰게 되고, 그것이 의심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도 물론 어느 정도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만,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자유로워졌다.
내가 타인을 인식하고, 주변을 많이 의식할 수록 의심은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사람에게 의존적인 성향을 띄는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적인 성향을 띄는 사람일 수록 의심의 가능성이 적다고 얘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얘기를 듣고 굉장히 공감이 갔었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적이니까 그 사람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쓰이고 일거수 일투족인 모두 신경쓰이다 보니까 그것이 의심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적인 사람의 경우 그냥 다른 사람을 그다지 신경을 안쓰니까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다.
요즘들어 나 스스로 독립적인 사람이 되고자하고,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이 느껴졌었다. 아마도 그러한 노력이 날 의심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의심이란 단어를 떠올려보면, 연애와 굉장히 연관깊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남성보단 여성들이 비교적 의심을 많이 하는 경우들이 많다. 내 친구들의 경우도 보면, 친구들을 만나서 밥을 먹거나 술을 한잔하는 자리에 있어도 사진을 찍어서 인증을 해야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것 보면 좀 한심해보이기도하고, 그런걸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사랑한다면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집착하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난 사랑이란 것의 시작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여자친구가 친구들을 만난다고 하면, 잘 놀고 집에갈때 꼭 연락하라고 말하고, 그냥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그게 남자든 여자든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도 여자인 친구들이 있고, 가끔 만나서 밥먹고 하니까 이게 공평한 것이고 기본적으로 믿기 때문에 그냥 보내는 것이다.
내가 여자인 친구들과 바람이 났을 거였으면 애진작에 바람을 폈을 것이고, 여자 친구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쁜 짓은 언제든지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내가 내 눈으로 무언가 잘못된 부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전적으로 상대방을 믿는 편이다. 하지만 그 전의 연애에서 난 그런 대우를 받지 못했다. 술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문자를 해야하고, 중간에 전화도 해야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엄청 다툰 기억이 난다.
타인을 의심하는 것은 내가 주변의 눈에서 자유로워지면 된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사는 것 그게 가장 건강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애, 사랑 안에서의 의심은 믿음과 이해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믿음이 깨졌을때의 배신감은 말할수도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데.
모든 사람이 의심에서 벋어나서 좀 더 건강한 삶을 산다면, 우리의 사회도 좀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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