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이 영화를 검색해보면
가족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 연인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라고 포스팅해놓은 블로그가 많았다.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가족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알고 있었기에
큰 눈사태를 만나 그 재난 속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어림 짐작했다..
하지만 정말 사소한 재난 속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한
부부 사이의 갈등이 눈사태처럼 커지는 내용이었다.
내 예상과는 완전 반대의 내용이였던 것이다.
아무튼 이 영화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비겁한 애비, 하지만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영화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결혼,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부부의 스토리만 집중한다면,
극단적인 상황에서 남자의 비겁한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겠지만
나이 차이가 많은 한 커플의 모습에서도
나이 차이가 가져오는 소통의 어려움일까
어린 애의 생각없는 말에 집착하는 늙은 사람의 모습이랄까...
그리고 굉장히 후리한 한 여자의 새로운 결혼 패러다임
정말 주인공인 남편과 어린 여자의 말을 가만히 듣다보면
진짜 답답해 디질것 같다.
어린건 그래..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 남편의 모습은 본인이 모든 잘못을 저질러놓고
스스로 피해자라며 쳐 우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불쌍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홀로 여행온 여자의 대사가 기가 막힌다...
"남편, 남자친구랑 합의 본거에요?!"
"그런 거 없어요
각자 관계에 대해 책임만 진다면
아무 문제 없거든요"
"질투 나지 않아요?"
"딴 여자랑 좋은 시간 보낸다는데
말릴 필요 없잖아요?"
"남편이 딴 여자랑 있어도 행복하다고요? 진심이에요?"
"남편이 행복하다면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겠어요...
아직 젊고 예쁘니까..
그래도 버려지거나
혼자 될까 두렵지 않아요?"
"버림받는건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내 삶에는 남편이나 애들 말고도
소중한 사람들이 많아요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라는 것에서만
내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순 없잖아요"
"그렇다고 쳐도...
그게 실제 가능할까요?
아무도 상처받지 않으면서?
아이들은 괜찮을까요?"
"부모로서의 의무는 다 하고 있어요
애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죠
애들도 만족한다고 확신하고...
나도 만족하고, 이게 중요하죠
그게 부모로서의 최선 아닌가요?"
"오해하지 말고 들어요
그래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인생을 함께 보내고
결혼해서 아이를 갖는 게
프랑스에 있는 호텔에서
이탈리아 종마랑 뒹구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왜 선택해야 하죠?
둘 다 할 수 있는데,
결혼도 연애도 다 하고 있는데"
난 사실 이 여자의 가치관을 어느정도는 이해한다.
우리 엄마를 보면서
우리 남매의 엄마, 우리 아빠의 아내가 아닌
엄마 스스로의 인생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라는 것에서만
내 존재를 찾을 수는 없잖아요"
이 대사에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그리고 한편으로 둘 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그 모든 선택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단지 인간이 만들어놓은 규범에 벗어난 것일뿐
잘못되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생각이 어느정도 반영되는 이 대화...
나에게는 어떤 장면보다도 인상깊었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있을때
아빠들이 초인적인 힘 혹은 스피드로 아이들을 구해내는 짤들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역시 아버지는 위대하다'라는 생각했다.
하지만 혼자서만 도망친 이 아버지를 누가 욕할 수 있을까?
친가, 외가를 따져보면 대부분 가정들이 외가와 더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자식들은 엄마와 더 가까운 관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재밌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는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서 나오게 된다
이는 나의 엄마, 나의 자식 이라는 부분이 확실한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이 아이가 내 아이인지 100% 확신은 힘들 수가 있다.
또한 아이의 입장에서도 이 남자가 내 아빠인지 100% 확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외가와 더 가까이 지내며,
엄마와 더 가까운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토마스 역시 마찬가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바람도 폈었고, 내가 나쁜 새끼였다면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면
스스로도 아이들이 100% 자신의 아이들이라는 확신은 하지 못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불확신 속에서 아이들의 안위보다
스스로의 안위를 찾기위해 혼자 도망간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이는 잘못된 선택이였고,
비난받아 마땅하다고는 생각한다.
나는 혼자 살바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죽음을 택할 것 같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약 2시간의 런닝타임동안
제법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던 영화였던 것 같다.
한번쯤 본다면 새로운 생각을 하게될수 있는 기회가 될 것같다.
이 영화에 대한 내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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